한국교육개발원, 학생부 기록 단기 개선방안 제시
각 대학의 2018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내용 면에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방향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모아진다. 이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중요성 또한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일선 고교와 교사들은 이 같은 변화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인성 중심 교육을 펼칠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가지는 반면, 현재 학생부 기재 방식에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 또한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서울 소재 고교의 진로진학상담 담당 L 교사는 “현재 학생부 기재방식으로는 학생의 특성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L 교사는 “학생부 관리와 기재가 교사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어 모든 학생의 기록을 학생부에 완벽하게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에듀진에서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국교육개발원의 ‘대입전형의 안정적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학생부의 단기, 중기, 중장기 방안별 구체적 개선방안을 연재하기로 했다. [기사 링크]
이에 학생부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학생부 관리와 기재의 문제점, 그리고 그 개선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항목별로 사실 기록과 관찰·평가 기록을 분리하자
대학은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학습활동 정보와 특기사항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부의 개별 항목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부분과 주관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기록하는 부분이 분리돼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제25조(학교생활기록)를 살펴보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자료를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관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학생부 각 항목에 동기와 과정을 관찰해 기록할 수 있는 별도 작성란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수상의 경우 대회 운영과 수상 내용을 알기 쉽게 전체 참가인원, 동급 수상자, 상위 수상자 합 등을 표기하는 것이 좋다.
현재 수상 경력과 관련한 관찰·평가 기록은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의견 등에 기록할 수 있지만 실제로 기록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 그 원인으로는 ▲ 단순한 문제풀이형 경시대회 수상이라 기록할 만한 내용이 없거나 ▲ 지정된 교사 말고는 각 항목에 쓸 권한이 없거나 ▲ 이미 그 항목의 글자 수가 이미 채워져 있거나 ▲ 관찰·평가 기록에 대한 교사의 인식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선 고교에서 수상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한 학기 동안 학생이 수행한 활동과 준비를 관찰하고 평가해 이를 수상과 연계하는 등 수상 프로그램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동아리활동과 봉사활동 영역 역시 자율활동 영역과 같은 방식으로 사실과 관찰을 분리해 기록해야 한다.
2. 종합의견 등 각 항목에 상시 기록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활용해야
교육부가 제공한 학생부 기재요령을 살펴보면 ‘학생부 종합의견에 수시로 관찰해 누가 기록된 내용을 적도록’ 되어 있고 그 내용은 학생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정보로 활용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기재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고 누적된 관찰 내용을 학생부 각 항목에 쉽게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3. 독서활동상황 기록에 학생이 주체가 돼야
그동안 독서활동상황을 기록하는 방식은 교사가 관찰한 내용을 기록하기보다는 학생이 전해준 내용을 기록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 앞으로는 이런 현실을 학생부기재요령에 반영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독서 기록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서활동상황은 학생이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를 ‘도서명(저자)’의 형식의 독서이력을 사실 위주로 입력”하되, 책을 읽게 된 동기와 독서 후기를 기록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교사는 특이한 사항이 있는 학생에 한해 특기사항을 기록하면 된다.
대학은 학생의 지적 호기심이 독서로 어떻게 표현됐는지, 각 교과활동에서 충분한 독서를 했는지, 수상 및 창체와 연동된 독서 기록은 무엇인지를 보고자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를 감안해 독서계획을 수립한 뒤 계획성 있는 독서활동을 펼치고 이를 기록에 남겨야 하며, 기말에 반드시 선생님께 제출해야 한다.
4. 학부모의 진로희망사항 삭제 필요
학부모의 희망사항은 평가 과정에서 전혀 필요하지 않은 항목이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특별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이를 특기 사항에 기재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5. 학생부를 읽기 편하게
학생부 기재 내용이 대학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문장 구분이 깨진 채로 제공되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시스템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 단 시스템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경우, 문장 간 특수 문자를 넣어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중복 기재 항목 통합 필요
예체능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과 종합의견에 중복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합해 창의적 체험활동 항목에만 기재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또한 진로활동과 진로희망사항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7. UP 이수, 학생부 기재 가능 여부 명확히 해야
대교협이 운영하고 있는 ‘고교-대학 연계 심화과정(이하 UP)’ 사이트에는 과정 이수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입기본계획에서는 UP를 평가에 반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선 학교에서 큰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 대교협 UP 사이트의 학생부 기재 관련 Q&A <출처=대교협 UP 홈페이지> |
UP가 선행학습금지법에 저촉된다면 학생부에 기재하지 말아야 하고, 선행학습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UP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다만,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고도 진로와 연결할 수 있는 UP방식을 고안한다면 학생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이 아닌 특정 단과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UP를 각 지방에서 방학에 개설하고 학생이 그 단과대학에 지원했을 경우에 UP 이수 사실을 제공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8. 교사와 대학 사정관의 소통 장치 필요
실제로 학생부를 기록하는 고교 교사와 대학에서 학생부를 평가하는 사정관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대학은 평가 정보를 공개하고 고교는 학생부 기록을 개선하는 상생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상시 포럼이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9. 학생부 기재요령 집중 연수 확대해야
기존부터 해왔던 교사 대상 연수 방식에 더해 집중 연수 과정을 새롭게 실시해야 한다. 또한 교원 양성 과정, 임용 과정, 임용 후 교육 과정 등에 학생부 기록에 대한 강의를 빠른 시간 내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도 학교와 교사의 노력만 있어서는 학생부 기재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학교와 교사만을 의지해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활동 내용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학생부 관리 기록장을 만들고 이를 교사에게 어필해 자신의 활동이 빠짐없이 학생부에 기재되도록 해야 하며, 교사도 학생들의 기록장을 꼼꼼하게 검토해 성실히 작성해 줘야 한다.
학생부 관리와 관련한 제도 개선과 학교와 교사의 적극적인 학생부 기재 노력, 거기에 학생들의 계획적인 학생부 관리 활동까지 삼박자가 갖추어진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은 물론이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계속)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24